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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농사일기

포도원 습격 사건

by 향유! 2026. 9. 11.

2026. 9. 4

 

안녕하세요. 향유포도원의 첫째 향유입니다.

농사일 하며 글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요. 부지런히 글 쓰시는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ㅠㅠ

한 주의 택배작업을 마친 금요일. 마을 청소년 쉼터의 자리를 지키며 올해 포도원의 습격 사건들을 나눠볼게요.

 

1. 노린재의 습격

포도원에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생명체들을 마주치지요. 마주칠 때마다 흠칫 놀라고, 계속 바라보기 섬뜩하기도 한 친구들이지만 조금은 귀엽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 남겨요.  하지만 노린재 사진은 찍지 않아요. 

매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후에, 밭의 상황은 짐작할 수 없이 늘 달라져요. 올해의 더위와 습도는 어떤 영향을 미친 건지, 다양한 곤충들 중 유독 노린재가 득실거렸답니다. 포도알을 갉아먹는 노린재는 겉에 상처를 남겨 코르크화된 갈색 자국을 남기고요, 뾰족한 침 같은 주둥이를 가진 노린재는 포도알에 구멍을 뚫어 곰팡이가 피고 물러버리게 해요. 또 어떤 노린재가 흡즙하고 간 자리는 움푹 들어가 울퉁불퉁해져요. 유기농으로 농사 지으며 피해갈 수 없는 곤충들의 습격임을 알지만요. 상한 포도알을 정리하려 포도 앞에 서면 제가 만지는 포도 한 송이에서 3~4마리의 노린재, 많게는 10마리 정도의 노린재가 피용-하고 흩어져 날아가는 모습을 매번 봐요. 참으로 기가 막히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요.

그렇게 저는 노린재 킬러가 되어버렸어요.. 독한 마음이 되어 날아가는 노린재를 손으로 잡아 살생을 범했어요. 물리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좀 슬프더군요. 그러다 그만, 노린재가 쏘고 가는 노린내를 풍기는 분비액에 눈알을 맞아 버렸어요. 어찌나 아프던지 평생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주저앉아 잠시 아무것도 못했어요. 최근에 엄마도 눈두덩이에 노린재 분비액을 맞고서 엄청 아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원래 이렇게 아픈 거구나 싶어서 바보같이 통증을 참고 다시 밭일을 했어요. 그리고 다음날, 눈도 못 뜨게 아팠지만 일요일이어서 약국에 가 급한 불을 끄고 월요일이 되어 안과에 가보니 생화학적 결막 화상을 입었다고 하더군요. ㅠ

그렇게 노린재와의 전쟁은 저의 패배로 일단락되었어요. 모든 포도들이 노린재의 습격을 받았지만 작년엔 그렇게 예뻤던 베니바라드가 곰팡이와 노린재 피해로 올해는 성한 송이가 별로 없어서 골라 골라 판매하느라 애먹었고요. 신품종인 골드스위트, 루비스위트와 골드핑거, 소평홍 모두 판매할 수 없었어요. 내년엔 기후변화로 또 어떤 곤충의 습격을 받게 될지 두려워지는 요즘이에요.

 

2. 캠벨 수확기, 폭우의 습격

8월 말~9월 초는 캠벨 수확 시기예요. 한국인에게도, 저희 포도원에게도 가장 익숙하고 오래된 친구 캠벨이지요. 올해는 폭염으로 포도를 익혀버리고 (진짜 열로 익혀요) 스콜성 소나기로 포도알을 갈라지게 만들더니, 황금같은 수확기 때 며칠간 폭우가 쏟아졌어요. 거센 빗줄기 속에서 농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슬프지만 하늘과 자연의 힘을 받아들입니다. 인간으로서의 마음이 깎이고 또 깎입니다. 잠시 도 닦는 듯한 시간을 보내니 비가 그쳤습니다. 봉지 밖으로 피 같은 붉은 포도물이 뚝뚝 떨어지고요. 봉지를 열어보니 포도알이 쩍쩍 갈라져 있어요. 하지만 그 거센 빗줄기를 견뎌낸 힘찬 포도들도 있어요! 골라 골라 수확하여 조만간 직거래 캠벨 판매도 시작하고, 포도즙도 짤게요. 수확 도와주러 한걸음에 달려와주신 신기밀 정운오 아저씨가 오늘 포도밭에서 고생 많이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향유포도원 포도 기다려주시는 분들께도 감사해요. 모두들 덕분에 9월의 포도 힘내서 이어 갈게요.

 

+

아! 추석 선물 많이 문의 주셔서 추석 전 캠벨+모둠포도 구성도 계획 중이에요. 조만간 판매글 올릴게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다른 일상으로 또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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