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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보릿고개

by 박종관 2015. 6. 4.
귀농 초기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때가 있었다.

그때 옛말에 보릿고개라는 말처럼 가을 수확철을 지나 다음해 여름쯤 되는 시기가 오면 통장의 잔고가 딸랑거리기가 일쑤였다.
그럴때면 긴축재정은 물론이고 그날 그날 다른 집 품을 팔기도 해서 근근히 버티기도 했었다.

그런 나름 어려운 시기를 넘기면서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이웃들의 지지와 사랑이였다.
어떤분은 우리네 사정을 아시고 수확철에 아무거나 수확물로 돌려달라며 말씀하시고 수확 몇달전에 100만원을 입금해주신 분도 계셨고, 어떤분은 포도 예약을 한다면서 필요 이상으로 예상되는 포도값을 수확 몇달전부터 미리 입금해주신 분도 계셨다.

말로는 다 표현 못하지만, 그런 크고 작은 이웃들의 관심과 실질적 지원으로 귀농 초기, 불편하고 힘들지만 마음으로는 부자로 행복하게 잘 지내온 것 같다.

어려운 시기에 사랑의 빚을 많이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랑의 빚진자로서 빚진자답게 다른 귀농하는 이웃들에게 우리 나름으론 빚을 갚으며 살려고 노력했었다.

어느덧 시간은 지나, 귀농한지 18년이나 지나고, 경제적으로도 많이 윤택해졌고, 사회적으로도 역할도 생기고 감투도 쓰고, 나름 자리도 잡고 살고 있다.
이전엔 항상 주변분들의 사랑과 관심과 긍휼을 받는 자리에서 살았고, 그게 익숙했었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이제는 내가 챙기고, 관심을 보이고, 본을 보여야 하고... 체면도 챙겨야 하는 그런때를 살고 있다.
전에는 하늘의 은혜로 산다고 생각했었고, 이웃들의 사랑으로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이제는 무의식적으로는 내가 잘나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 노력으로 이룬 업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은 듯 싶다.

그렇게 요즘 목에 힘주며 살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경제적 압박이 커지게 되고... 고민 끝에 재고로 남은 포도즙을 후원물품 명목으로 SNS와 지인들을 통해서 판매하게 되었다... 사실 글을 올리면서도 필수품도 아니고 포도즙이라는 특성 때문에 크게 기대는 하진 않았었다.

그러나 정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여러분들이 너무나도 적극적으로 구입해주시고, 격려의 말씀들도 아끼시지 않으셨다.
내가 주문해주신 분들의 이름들을 쭉 보면, 포도즙을 드시고 싶어서 구입하신분은 몇분안되고 거의 후원금의 의미로 다들 구입을 해주신 것 같아서 더욱 송구하고 감사했다.
또한 오래전에 전제와 기약없이 돈을 꿔준 옛친구로부터도 일부돈이 입금되어있었다. 그 친구에겐 현재로선 큰돈이였을 금액이였는데 말이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들어온 돈들이 보릿고개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실질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큰 선물은 우리를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그 마음들일것이다. 그리고 그 선물들 앞에서 너무나도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라도 내 힘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굳은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역시 하늘의 은혜와 이웃들의 사랑과 연대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것이구나’ 라는 깨달음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감사합니다...
마음을 모아주셨던 분들, 또한 구입까지 해주신분들...
저희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셨네요...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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