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첫째 향유입니다.
지난 일요일에 마르쉐 다녀와서 적은 후기 공유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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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마르쉐에 무사히 다녀왔어요.
한번 겪어봤다고 운전길도, 서울 장터도 마음 여유가 조금은 늘었어요. 그 여유에 틈이 생겨서 인쇄해놓은 포도 소개장들을 다 놓고 와버리는 실수를 저질렀지만요..
이번 마르쉐는 향유포도원의 든든 담당 막내 선린이도 함께여서 또 특별했어요. 제가 창업한 풀무학교(*풀무학교는 졸업을 창업이라고 칭해요. 업을 마치는 것이 아닌 이어서 시작하는 의미를 담아요.) 고등부에 다니는 선린이를 풀무학교 전공부팀에서 데리고 와주었어요. 덕분에 포도 앞에 세식구가 모였어요. 한동안 춥던 날이 풀려서 온화한 날이었어요. 생신 전날 미리 아빠돌 앞에 심어둔 용담과 꽃양배추가 무사히 뿌리를 뻗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와 엄마는 몇번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유기농 포도 맛보고 가세요”라고 외치는 게 더이상 쑥스럽지 않아졌어요. 익숙하지 않은 선린이는 옆에서 멋쩍게 속살거리다가 폐장할 시간이 다가오니 능숙하게 외치고 응대도 태연하게 하더라고요. 역시 성장세가 빠른 청소년이에요.
먹어본 포도 중 가장 맛있다고, 향이 너무 예쁘다고, 맛있는 포도 주셔서 감사하다는 넘치는 칭찬을 들으며 지난날의 수고가 방실거렸어요. 이런 미화의 날들 덕에 농부님들은 지금까지도 농부님들이겠지요? 그냥 가시는 분들도 당연히 많지만요. 맛있다며 동행인과 소곤거리시는 말을 엿듣거나, 눈 마주치고 힘주어 하시는 말을 들으면 그간 흘렸던 피땀눈물이 사르르 녹아 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한그루의 움직이는 나무일테니까요. 아직 뿌리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앞으로를 그 양분의 힘으로 고민할 수 있어요.
올해의 마지막이 될 것 같은 향유포도원의 장터 출장을 무사히 마치고, 저는 하루 더 서울에 남았어요. 7월부터 찾아온 사랑니 통증을 수확기 동안 바쁘다는 핑계 아닌 현실로 방치했거든요. 드디어 치과에 가면서 사랑니를 뽑으면 찾아올 고통에 긴장했어요. 사실 불만도 있었어요. 왜, 먹는 것이 부드러워지며 작아진 턱뼈에 발 맞추지 않고 멋대로 나와서 아프게 하는지. 누울 자리를 보고 눕지 않아 저를 고생시키는지. 사랑니를 추궁하며 제 멋대로 새로 작명도 했어요. 사랑니는 아프니까. 청춘니, 기후위기 속 농부의 마음니, 우리 인생니, 내성발톱니••• 아픈 것들을 나열하여 이름 붙이다보니 치과에 도착했어요.
결론은 사랑니 안 뺐어요. 의사선생님은 제가 아직 어려서(..) 조금 더 크면 뽑아도 된다고, 양치 잘하는 법을 알려주시고는 저를 돌려보냈어요. 건드려서 요동치게 아픈 사랑니쪽 턱을 어루만지며 상주에 내려온 길이에요. 찜찜하지만 다행스러운.. 미묘한 기분이에요.
아픈 건 너무 무서워요.
점점 추워지는 나날이에요.
그래도 마음은 온화하게, 늦가을도 잘 부탁드려요.
향유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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