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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by 박종관 2015. 10. 13.
내 별명중에 워크홀릭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귀농해서 최근까지 약간 놀림 반 인정 반 식으로 지인들이 불러주었던것 같다.

열심히 살았고, 성실했었고, 눈에 불을 키듯 몸 아끼지 않고 살긴 살았었던것 같다.
그렇게 살지않으면 험란한 귀농살이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생각했었고, 항상 긴장과 계획과 효율성을 추구하며 살았었다.
돌아보면 그렇게 살지않았으면 지금의 우리가 이룬 외적인 성과들은 없었을것은 확실하다.
나라고 일을 좋아하지 않는데, 내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생각했었다.

올해 수확철은 우리가 귀농해서 몸으로는 가장 편안한 수확철을 보냈던것 같다.
이렇게 편해도 될까.. 두려울정도로 많이 쫒기지 않고 일을 처낸것 같다.
전체 포도수확량도 좀 줄었고, 포도도 터진것이 없어서 일 자체가 수월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다방면에서 일을 도와주신 장인 장모님, 예나네, 준형이네가 있어서 여유있는 수확철을 보냈던것 같다.

그렇지만, 일은 일이여서 지치고 힘들때가 많다.
그리고 점점 일이 두려워진다.
팔자가 좋아져서 이런 생각도 드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이를 한해 한해 먹으면서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또 다르다.
근력이 떨어진건 아닌데, 체력이 딸리는게 자주 느껴진다.
너무 지쳐있는 내 모습을 가족들에게 노출시키는것도 때론 부담스럽다. 어차피 각자의 몫만큼 자기 짐을 가지고 가는것인데...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식들에게는 이렇게 힘든일을 물려줄수 있을까 .. 이런 생각도 드니.. 옛 촌어른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몸은 좀 편하게...
일은 줄이면서...
삶의 의미와 심오한 뜻을 품고...
그러면서도 적당히 돈도 벌며 살수 있는 길은 없을까?
이런 내 고민을 한마디로 정리해보면 '도둑놈 심보'라고 할수 있겠지...

주위에 올해 유난히 힘들어하는 이웃들이 많은데...
배부른 고민에 푹빠져 산다.

(오늘 마을 글짓기 모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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