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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동체 이야기

귀농인의 집

by 박종관 2020. 10. 30.

<이장일기>
귀농인의집에 시은이네 가정이 새로 이사왔다.
귀농인의집에 전에 살았던 청년들은 각각 마을에 자기 터전을 잡고,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귀농운동본부 소농학교 출신으로, 작년부터 우리집을 틈틈이 오고가며 구체적 귀농계획을 세우고 어린딸과 아내와 함께 가족이 함께 귀농을 했다.
30대 젊은 부부의 선하고 밝은 기운이 풋풋하다. 특유의 긍정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마을주민들속에서 사랑받으며 잘 정착할 것 같다.

귀농인의집에 거주하면서 앞으로 1년동안 정착할 토지를 탐색해야하고, 주민들과 어울려야하고, 농사기술과 생활기술들을 익혀야 한다.
1년이란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지만,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자기길을 찾아가리라 믿어진다. 우리 부부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할 것이다.


마을과 지역에 사람을 맞이하는 일을 20년 가까이 해온 것 같다.
우리가 농촌에 와서 우리도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도 전부터 이런저런 인연으로 사람들이 찾아왔고, 나름 정성을 다해서 마을과 지역을 안내하고, 정착을 도왔었다.

처음엔 방한칸짜리 집에 살면서도 찾아온 분들을 따로 재울곳이 없어서 한방에서 같이 자고 먹고... 그런 시절도 있었다. 한칸짜리 방에서, 농막창고에서... 짧게는 몇일, 길게는 1년을 정착할 친구들과 함께 지지고 볶았다.
5년전부터는 그럴듯하게 갖춘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고 있으니 팔자가 폈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마을과 지역에 정착한 가정이 20여가정이 넘는 것 같다. 정착한 가정이 20여 가정이 넘는다는 것은 찾아온 분들이 200여 가정이 넘는다는 뜻이다.
귀농강사를 하다보니, 교육 받으신 분들 중에 꼭 한두분은 집에 찾아오고,...그런 찾아온 분 열케이스중에 한케이스정도가 인연이 닿아 인근에 정착을 한다.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 단순히 빈집 소개하고 땅 연결해주는 역할을 넘는다. 찾아오는 분들의 인생 역사 이야기를 알아야하고, 도시와 농촌의 간격의 완충역할을 해줘야하고, 그분들의 가치관과 색깔에 맞게 사람과 지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한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다 좋을수는 없어서 때로는 상처도 받아야하고, 배신감에 몸서리치기도 하고, 사람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반복의 과정도 겪어야한다.
특히 내가 사람 욕심이 많아서 도우면 돕는만큼, 애정을 쏟으면 쏟는만큼... ‘내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져서 관계를 망치는 일도 초기에는 있었다.
그렇지만...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이제는 애정을 쏟을때와 사람을 독립시켜야할때를 구분할줄 아는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나도 덕분에 많이 컸다.ㅎㅎ

사람을 맞이하는 것... 남들은 이젠 지칠법하다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도 가슴이 뛴다.
사람 때문에 마음 아프기도 하지만, 사람때문에 행복하기도 하다.

거기에 한사람 한사람은 점으로 시작된것이지만, 어느덧 세월이 흘러 20여년이 지나고 보니 점과 점이 연결되어서 선이 되고, 선과선이 연결되어 면이 되어간다.
마을과 지역이 훨씬 활력이 넘치고 생명의 기운이 넘친다.
이러한 변화들은 이 한사람 한사람 속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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