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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농사일기

우리가 돼지를 키우는 이유

by 박종관 2015. 8. 12.




우리 가족은 돼지 2마리를 키운다.
우리의 귀농살이와 함께해온 개, 고양이, 닭, 유산양에 이어 작년에 돼지를 키우기시작했다.
안그래도 바쁜 농사에 돼지까지 키우는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몇가지 나를 사로잡는 점이 있어서 키우기로 결심을 했었다.

첫째는 교육적인 목적이였다.
일단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한다.
나는 내 아이들이 동물들을 좋아하는것 뿐만 아니라 동물을 책임지는것을 배우기를 원한다.
한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는 많은 정성들이 들어간다. 이쁘다고 쓰다듬어 주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직접 풀을 베서 먹이를 장만해줘야 하고, 똥을 치워줘야한다. 때로는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한다.
그러한 동물을 키우는 전 과정을 아이들이 책임감있게 받아주기를 바랬다.



둘째로, 순환농장에 대한 꿈 때문이였다. 

농사 부산물로 돼지를 키우고, 돼지똥을 퇴비재료로 사용해서 잘 발효시켜서 믿을수 있는 양질의 퇴비를 만들고 싶었다.
농장 내에 종의 다양성을 최대화하고, 상호 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어 자급자족형 농장으로 가꾸고 싶었다.


셋째로 채식까지는 아니어도 절제되고 선택적인 육식을 하고싶었다
.
지금 시대의 무분별한 육식대신 최소한으로 절제적인 육식을 하고 싶었다. 
채식주의자는 못되어도 이따금 먹어야 한다면 우리가 키운 믿을 수 있는 고기를 먹고 싶었다. 
 GMO사료, 옥수수 농후사료로 만든 먹이들... 움직이지도 못할정도로 가둬서 키우는 환경, 각종 항생제들...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되는 돼지들의 문제점들은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것에 그치지않고, 구제역으로 인한 집단 살처분같은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주고있다.

이러한 나름 과분하게 거창한(?) 명분을 가지고 돼지 키운지 1년이 되었다.
아마 혼자였으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텐데, 우리 상주에는 이런 비슷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귀농자들이 몇몇 모여 흑돼지 사업단을 꾸렸다.
모임 이름은 '돈키웠데'~
대규모축산이 아니라 기존의 자기농사와 조화시킬수 있는 정도의 소규모 자연축산을 추구하면서, 같이 공부도 하고, 생산,가공,판매까지 같이 고민들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부족한점도 많지만, 나에겐 든든한 동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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